우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지나쳐온 옛 추억을 곧잘 회상하곤 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일 것입니다.
승가원자비복지타운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가족들 중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표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향이 멀어 쉽게 갈 수 없거나, 연고자가 고향에 없어
만나기 어려운 장애가족들을 위해 고향 방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O연, 남O관 장애가족은 남매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제들과 떨어져 승가원자비복지타운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26년 전 헤어진 형제들과는 연락이 끊겨, 두 남매만이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말수가 적은 남O연 장애가족은 늘 필요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최근 들어 고향에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표현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남매의 고향 방문 준비.
두 남매의 고향은 부산이었습니다.
누나인 남O연 장애가족이 90년대 당시 주소인 통, 반까지 줄줄 읊습니다.
입소 당시 작성한 상담 기록지에 적혀있는 주소 그대로였습니다.
드디어 고향으로 출발하는 날.
달리는 차 안에서 학교는 어디를 다녔는지, 동네에는 무엇이 있는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옛 이야기를 나누는 두 장애가족.
떨리는 마음을 안고 약 5시간이 흐른 후,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의 모습과 달라진 고향의 모습에 두 장애가족은 긴장한 듯 보였으나
주소를 따라 가다보니 그 시절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을 발견하자 이내 안도했습니다.
그렇게 골목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렵게 발견한 남매의 옛 집.
굳게 닫혀있는 문틈을 비집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다른 형제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탓인지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두 장애가족.
아쉬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발길을 돌린 장애가족들은
고향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다시 미소를 보입니다.
둘째 날부터는 기분 전환을 위해 이곳저곳 구경을 하며
그때의 추억을 소소하게 이야기하는 남O연, 남O관 장애가족.
바다 냄새 가득한 곳에서 사진도 찍고,
신선한 회와 멍게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1박 2일 동안 남O연, 남O관 장애가족은
고향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먹고, 새롭게 변화된 관광지도 가보며
옛 추억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먹는 추억의 음식에 한층 더 밝아진 장애가족들의 얼굴.
바람대로 고향에 와볼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맙다는 소감도 전해주셨습니다.
이번 고향 방문을 통해 두 남매는 더욱 돈독해지는 기회가 되었고,
앞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약속했습니다.
승가원은 두 장애가족의 앞날에 행복함이 가득하길 기원하면서
장애가족이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